[문장수집]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무라카미 하루키

 

장편소설을 다 쓰고 난 작가는 대부분 흥분 상태로 뇌가 달아올라 반쯤 제정신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제정신인 사람은 장편소설 같은 건 일단 쓸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제장신이 아닌 것 자체에는 딱히 문제가 없지만, 그래도 ‘내가 어느정도 제정신이 아니다’ 라는 건 자각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제정신이 아닌 인간에게 제정신인 인간의 의견은 대체적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162)

해야할 일은 똑부러지게 했다는 확실한 실감만 있으면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두려워할 게 없습니다. 그 다음은 시간의 손에 맡기면 됩니다. 시간을 소중하게, 신중하게, 예의 바르게 대하는 것은 곧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기도 합니다. (...)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자면 어느정도 자신의 의지로 시간을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입니다. 시간에 컨트롤 당하기만 해서는 안되지요. (?p)

나는 새로운 소설을 쓸 때 마다 ‘좋아, 이번에는 이런 것에 도전해보자’라는 구채적인 목표를 한 두가지씯 설정했습니다. (...) 한 단 한 단 사다리를 딛고 올라가는 것처럼. 소설가의 좋은 점은 설령 쉰 살이 되더라도, 예순살이 되더라도, 그런 발전과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2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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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적 성취와 별개로 하루키는 성실하게 한길을 끝까지 파본사람의 무엇이 있다. (직업적 성취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그의 유명세나 판매고를 빼놓고 보더라도 하루키만큼 꾸준히 소설을 써내고, 꿋꿋이 살아남은 작가도 별로 없지 않다는 점에서 이미 훌륭한 작가아닌지?) 정직한 시간과 노력을 들인 사람은 본인이 쌓아올린 곳에 대해서 만큼은 아주 또렷한, 빌리지 않은 자기만의 목소리와 색깔을 가지게 된다. 하루키도 그렇다. 스스로의 얘기를 하는 에세이에 참 잘어울린다. 특히 소설가로서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이런 강점이 잘 드러나있다.

또 하나, 그의 에세이는 하고 싶은 말이 뚜렷하고 솔직하다. 그런 태도는 글을 읽으면 느껴지는 말을 반복한다는 느낌까지도 뭔가 꾸며낸다거나 없는 컨텐츠를 부풀린다기보단 솔직한 감정을 정확히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양 좋아 보이게 한다. 그게 하루키가 소설가 임에도, “난 하루키의 에세이가 더 좋아” 라는 색다른 칭찬을 듣게 하는 지점일 것이다.

별점 ⭐️⭐️⭐️+0.7
<샐러드 먹는 사자> 보단 이 책이 훨씬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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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소설가